David 메트로포민 A. Sinclair)Matthew D. LaPlante이한음 옮김부·키(2020) 몇 살까지 살아야 ‘천수(天壽)를 누렸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그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가능하면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욕망이라면 80세가 너머까지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이따금씩 만난다.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사연이 있거나 추한 모습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후자의 사람들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다면 ‘나도 오래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갖게 될 것 같다. 노화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하버드대, 시드니대)는 천수(天壽)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타고난 수명이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세포 재생 프로그램으로 영생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DNA 손상은 불가피하므로 노화를 크게 늦출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메트로포민 있다. 그럼 몇 살까지? 그의 말을 인용하자면 평균 수명 100세는 아주 쉬운 목표이고, 금세기 말에는 150세까지 사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현재까지 인간의 잠재 수명으로 알려진 120세를 훌쩍 뛰어넘는다. 싱클레어 교수 개인의 소망은 최소 132세까지 사는 것이다. 22세기의 개막을 직접 맞이하고 싶어서다. 독서를 마치고 나니 조금은 혼란스럽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자니 우리가 유토피아의 입구에 다다른 것처럼 느껴지고, 사기꾼으로 치부하자니 생명연구에서 그가 점한 위치와 수 십 년간의 연구 성과들이 호위무사처럼 떡 버티고 있다. 따라서 책에서 그와 매튜 박사가 제시하거나 권고하는 방법들은 개인이 알아서 해석하고 수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은 파격적이다. 인간 생명에 관한 통념이 뿌리째 뒤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저자가 의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행히 그 메트로포민 경험은 비관이 아니라 낙관적이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질병이다’라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늙는다는 것은 불가피한 삶의 일부라는 인식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노화는 질병이므로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인류 모두가 걸리는 질병이기에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질병은 노화의 산물이다. 따라서 노화를 막게 되면 다른 질병들은 자연스레 예방된다. 노화 치료에 드는 비용은 다른 질병에 쓰는 돈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하다. 이런 남는 장사를 아직도 시작하지 않고 있는 공공의료기관들은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싹 바꿔야 한다. 노화를 질병으로 보고 치료를 시작하는 나라는 번영된 미래가 보장된 것이다. 노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법을 제시하는 1, 2부는 생물학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약간 골머리를 앓을 각오를 해야 하지만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얻을 것이 있으니 인내할 메트로포민 가치는 있다. 저자는 학계의 연구 성과들을 동원해 노화의 원인을 총정리하고 노화를 늦추거나 예방하는 방법까지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학자 특유의 조심성을 건너뛰고 파격적이고 혁신적이라고 할 만큼 구체적인 방법론을 보여준다는 점이 여느 대중 전문서와 구별되는 점이다. 싱클레어 박사는 자신이 지나친 낙관주의자나 나아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고 있다. 저자는 노화의 원인을 ‘DNA(유전자) 손상을 감지하고 수선하는 능력에 이상이 생기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현상은 자연방사선, 화학물질, CT 촬영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것들과 연관이 있다. 수선 능력에 이상이 생기면 DNA 정보가 상실된다. DNA 정보가 끊기면 후성유전자(유전자를 조절하는 유전자)에 잡음이 생기는데 이것이 노화라는 것이다. 후성유전자에 잡음이 생기는 현상은 피아노 연주자가 건반 하나를 잘못 눌러 연주 전체가 망가지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메트로포민 피아노연주자가 곧 후성유전자인 셈이다. 노화의 원인은 9가지 징표(hallmark)로 나타난다. DNA 손상으로 인한 유전적 불안정성, 텔로미어의 마모, 후성유전체의 변화,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노화세포의 축적, 줄기세포의 소진 등이다. 이 징표들에 대응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이런 내용들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노화를 늦출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니까. 저자가 제시하는 장수의 비결, 즉 노화를 늦추는 방법은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적게 먹기 2) 간헐적인 단식 3) 육식 줄이기 4) 운동으로 땀 흘리기 5) 몸을 차갑게 하기 6) 후성유전자 잡음을 만들지 않기. 여섯 번째는 흡연, 공해, 방사선, 구운 베이컨 등 일상 속에서 DNA 손상을 일으키는 습관이나 환경 등을 피하는 메트로포민 노력을 의미한다. 운동은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이 효과가 크고, 피부에 소름이 돋고 살이 떨릴 정도의 추위를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우리 몸이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장수유전자가 활성화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깔려 있다. 유기농 식품이 좋은 것도 식물이 비료 등을 주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보충제를 섭취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당뇨치료제로 알려진 메트포르민, 적포도주에 다량 함유된 항산화제 레스베라트롤, 미래의 회춘약으로 불리는 NMN (Nicotinamide Mononucleotide) 등이다. 싱클레어 박사는 메트로포민과 레스베라트롤, NMN을 매일 권장량 이상으로 복용하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80세가 넘은 그의 부친이 NMN 복용으로 50대의 젊음을 되찾았음을 수시로 암시하면서. 하지만 메트포르민은 한국에서 당뇨환자 말고는 의사 처방이 안 되고, 나머지 보충제는 시판이 안 되고 있어 해외 직구를 메트로포민 이용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우리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에 더해 저자는 세포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 백신 접종과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약품을 복용할 수 있는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노화란 곧 세포가 죽어가는 것이므로 늙은 세포를 제거해 좀비 세포를 만드는 것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세포 노화를 막는 백신을 통해 이중으로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세포 재생 프로그래밍’이다. 노화 방지 백신 접종과 약물에 의한 노화세포 제거가 소극적인 처치법이라면 세포 재생 프로그래밍은 회춘을 위한 적극적인 처치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노화세포도, 비록 표면이 낡고 닳긴 했어도, 여전히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재생이 가능하다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마치 포렌식을 통해 컴퓨터나 휴대폰을 복구할 수 있는 것처럼. 메트로포민 물론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저자도 놓치지 않는다. 그의 주장들 모두 건강수명 연장에 방점이 찍혀있음은 물론이다. 건강하지 않으면서 막연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가족뿐 아니라 인류 전체로도 민폐임을 모르지 않는다. 나아가 그는 존엄사와 안락사 신봉자이기도 하다. 언제든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다만 저자의 예상대로 혁신적인 생명공학 성과들이 속속 현실화돼 인류의 수명이 최소 수 십 년씩 늘어날 경우 이것이 과연 윤리적,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으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인가는 앞으로 상당한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화는 자연법칙의 일부이고, 죽음은 후대를 위한 자연의 선택이기에 인위적으로 거슬려서는 안된다는 믿음 역시 강고하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 논쟁의 시간들이 차츰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는 메트로포민 듯하다. (20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