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지망생 (문지혁 지음, 해냄)를 읽다. 책에 이런 제목을 지었다면 그건 자신감의 표현이다. 앉아서 소설 쓰는 것이 나의 정체성이라는 것. 어느 누가 뜯어 말리고 의자에서 끌어내리려 해도 책상을 꽉 붙잡고 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에서 작가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천형과도 같다. 작가지망생 극소수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쓰고, 또 쓴다. 폴 오스터의 말처럼 “작가란 글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운명”일 테니까. 문지혁 작가도 그런 운명을 타고 났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배 작가지망생들이 덜 겪을 수 작가지망생 있는 책을 한 권 내놓았다. 작가는 “한 권으로 해결되는 입문서 같은 책은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이 책을 펴냈다. 책상 앞에서, 책상에서, 책상 밖으로 이렇게 3부로 구성된 목차에서 알 수 있듯, 글쓰기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시점과 목소리, 서술과 플롯, 묘사와 작가지망생 디테일, 대사와 대화, 합평과 퇴고를 거쳐 작가로 살아간다는 의미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창작 수업의 모든 것을 ‘일타 강사’의 솜씨로 펼쳐낸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내용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시점을 선택할 때 작가지망생 주의할 점, 우리 뇌를 사로잡을 수 있는 여덟 가지 플롯, 모순과 역설과 어긋남 속 어딘가에 있을 이야기의 깊이, 좋은 대화를 쓰는 방법 등을 배우고 나면 초보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셈이다. 자음을 2개씩 줄여서 대화의 긴박감을 높이는 디테일은 당장 작가지망생 써먹고 싶을 만큼 실용적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그가 12년간 ‘작가 지망생’으로 살아오면서, 그 긴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를 고백하는 순간이다. 저자는 ‘재능이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착각한’ 덕분에 오래 연습하고 훈련했다는 설명이다. 데뷔하고 작가지망생 14년이 흐른 지금은 “재능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재능”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을 듣고 박찬욱 감독이 류승완 감독에게 했던 조언이 떠올랐다. 1996년, 류승완 감독은 뭘 해봤자 소득이 없고 생활은 점점 힘들어져 사수였던 박찬욱 감독에게 “영화 그만둬야 될 것 작가지망생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재능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재능이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류승완 감독은 스승의 말을 듣고 거장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문지혁 작가의 ‘착각’과 박찬욱 감독의 ‘믿음’은 작가 또는 감독 지망생이 가져야 할 삶의 화두이다.